스프링필드 중독자의 일상 +

안뇽 여러분

스물이 되고 쓰는 첫 일기네. 일기를 자주 써보려고 해도 게으름뱅이라서 자꾸만 미루게 되더라.

누가 볼 지는 모르겠지만 자주 쓰려 노력해볼게. 사실 내 일기를 제일 재밌게 읽는 사람은 나 자신 같아. 나 꽤 글 재미있게 쓰나봐!

 

1

스물이 되고 처음으로 빠진 노래다.

자우림 노래는 평소에 플레이리스트에 다 때려박고 전체재생하느라 노래는 알고 제목은 모르는 곡이 반을 훌쩍 넘는다. 이카루스는 언젠가부터 계속 머릿 속에 맴돌고 있었다. 노래가 참 신기한게 처음 들을 때는 아무 생각 없던 곡이 어느 순간 갑자기 훅 좋아질 때가 있다.

이 노래를 사랑하게 된 결정적 계기: 가사가 너무 좋다.

"난 내가 스물이 되면 빛나는 태양과 같이
찬란하게 타오르는 줄 알았고
난 나의 젊은 날은 뜨거운 여름과 같이
눈부시게 아름다울 줄 알았어"

라는 가사가 갓 스물이 된 나한텐 그렇게 와닿더라. 마침 저 시기가 진짜 힘들 때였다. 정시 막바지라서 썩은 고삼 상태였으니까... 내가 기대하던 스물이 이렇게 흐지부지 찾아올 줄은 몰랐다. 다 지나고 보니까 진짜 대단했다 나. 미대입시는 사람이 할 게 아니야...

곡 후반부에는 힘차게 땅을 박차고 하늘끝까지, 태양끝까지 달려보자는 노랫말이 나온다. 밀랍 날개를 달고 너무 높이 날다가 태양에 날개가 녹아 떨어져 죽은 이카루스를 제목으로 한 곡에 이런 가사가 나온다는게 되게 역설적이다. (이카루스가 뭔지 너무 궁금해서 구글에 쳐봤는데 갑자기 그리스로마신화 보던 기억 새록새록 나서 신기했음.)

한동안은 이 노래만 주구장창 들었다. 안 틀고 있어도 귓벌레가 앉아서 계속 흥얼거렸다. 난 웃긴게 좋은 노래가 있으면 무조건 '노래방에서 불러야지!' 이 생각부터 한다. 애플뮤직 플리를 하나 만들어야겠다. 플리 이름은 <새연이의 노래방 18번곡들> 정도로...

 

2

충대 시험을 보러 갔다가 오랜만에 가은언니를 만났당.

가은언니가 밥 사줌. 치돈+우동인데 진짜 많아서 남겼다. 배 터질뻔 함. 확실히 대학 주변이라 그런지 물가가 진짜 쌌당. 갓성비 맛집만 살아남을 수 있는 k-대학로.... 가은언니가 공차까지 사줌. 난 내가 공차를 별로 안 좋아한다고 생각했는데 아니었다. 나 공차 좋아했네... 내가 지금까지 먹었던 공주 공차는 허드레였다. 타피오카 펄이 그렇게 맛있을 수 있는지 처음 앎. 공차에서는 내가 산다고 가은언니한테 말했는데 알고 보니 지갑을 안 들고 나와서 머쓱했다. 가은언니가 웃으면서 자기가 산다구 함. 그래서 씬나게 얻어먹음. 염치란게 없는 인간입니다. 호호

아 맞당! 저 충대 최초합했어요. 추카해주셈.

 

3

슴살 되고 처음으로 새피도 해봤답니다. 새피가 모냐면 새벽피시방즐기기.

클라스 새벽알바인 아이묭경님이 직접 해주신 개맛도리타코야끼입니다. 존맛입니다. 클라스 가시면 이것만 시켜드시길 바랍니다.

한동안 못 만나던 민송전새는 또 즉흥적으로 조우했다네용. 임굥 알바할동안 테런도 하고 오버워치도 하고 슈게임도 하고 심지어 파니팡겜 까지 했다. 파니팡 크리스마스 게임 도전해봤는데 진짜 여전히 어떻게 하는건지 모르겠음. 전정이랑 머리 싸매고 깨려고 해봤으나 실패했다.

 

4

그리고 전 졸업을 했답니다. 드디어 고졸이에요. 하하!!

졸업해서 가장 아쉬운게 있냐고 묻는다면 난 당연히 짼지를 못 보는 것이라고 말할 거다.

나랑 우리반 칭긔들이 졸업사진에 짼지 넣어달라고 해서 필태 쌤이 넣어주심. 짼지 하나로 졸업사진값이 아깝지 않게 됐다. 짼지야 사랑해. 보고싶을 거야... ㅠ.ㅠ

짼지는 진짜 붙임성이 좋은 친구다. 역시 공주여고 최대 인싸답다. 졸업날에도 짼지는 내 무릎 위에 올라가서 안겨있었다. 쪼끔 감동이고 귀여워. 짼지는 오월이랑 다르게 애교도 많고 푸짐한 맛이 있어서 안고 있을때 묵직하니 기분이 좋다. 누구네집 예민보스와 아주 다르다. (정*월 아님. 아니 사실 맞음.) 가끔은 오월이가 짼지보다 더 길고양이같고 짼지가 오월이보다 더 집고양이 같다. 아니 사실 매일 그렇게 생각중이다. 이 글을 쓰는 와중에도 짼지가 너무 보고싶당. 짼지야 요즘은 뭐 하고 사니? 보고싶엉.

졸업때 친구가 아무도 안 와서 덩그러니 서있어야 할 까봐 쫄았는데 정말 고맙게도 저니정, 송, 다로, 가은언니가 와줬다. 진짜루감동쑈킹이었다. 여러분 꽃다발도 진짜 고마웠어용...ㅜ_ㅜ 영원히 간직하고 싶지만 오월이때문에 그러지 못하는 날 용서해줘.